며칠 전에 제가 겪었던 일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카페에는 정문 바로 앞에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 카페로 들어서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느라 그 카페의 문을 가로막고 서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카페로 들어가지 못하다가, "잠시 지나가겠다"는 말을 하고 나서야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생각은 "나도 나이가 들면 약간 어리석어지는 건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정말 나이가 들면 본인이 문을 가로막고 서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젊고 똑똑하지만, 이 젊음과 지성은 영원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젊은이가 이런 사실을 실감하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젊은이의 관점에서는, 어리석은 노인이 된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범한 청년이라면 자신의 젊음과 지성이 언제까지나 유지될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노인들을 보면, 이게 한낱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살도 쳐지고 주름살도 늘어갑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이 늙으면서 겪게 되는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순수한 열정이 사라져 간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열정이 무한한 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열정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이 한 분야에 열정을 쏟다 보면, 다른 분야에 열정을 쏟기는 어렵게 됩니다.
그리고 열정을 엉뚱한 곳에 낭비하면, 나중에는 아예 열정이 소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한편, 열정은 돈이나 명성, 인간관계와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돈은 떨어지면 다시 벌 수 있습니다. 명성에 흠집이 나면, 나중에 회복할 수 있습니다.
친구 역시도 사이가 소원해지면 나중에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열정은 다릅니다. 열정은 한 번 낭비해버리면, 다시 회복할 수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젊음이나 지성도 한 번 낭비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젊음이나 지성, 열정을 엉뚱한 곳에 낭비하는 것은 돈이나 인맥을 낭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데 젊은이가 지성과 열정을 낭비하지 않고 올바르게 활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인생에는 각 단계별로 많은 유혹이 있습니다.
사람은 분노와 질투심에 눈이 멀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감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어떤 때는 낭만에 취하고, 자기 자신에 도취되기도 하면서 인생이 정체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별 볼일 없는 게임이나 술에 빠져들어 인생을 낭비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길거리에서 쓸데없는 싸움을 하고 힘을 과시하는 것으로 젊음을 날려버리기도 합니다.
어쨌든 젊은이가 젊음의 소중함을 제대로 깨닫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인간이 위와 같은 유혹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건 사람은 인생에서 한 번쯤은 현명해지는 시기를 겪습니다.
보다 어릴 때 겪던 감정의 소용돌이가 지나가면, 조금 더 세상만사가 명확해집니다.
질투나 분노, 좌절과 같은 감정들로부터 해방되면 세상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은 더 알 것만 같습니다.
이 시기에는 세상 사람들이 어떤 감정이나 생각에 기인해서 말과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 현명의 시기는 인간의 생애에 비한다면 터무니없이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은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리석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현명의 시기를 최대한 잘 활용해야만 인생에 어떤 후회도 남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현명의 시기를 보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어리석은 사람이라면, 이 시기에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반면 똑똑한 사람이라면, 이 시기를 적당히 낭비해도 상관없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은, 똑똑한 사람들은 인생을 열심히 살기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쪽은 어리석은 사람인데도 말입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현명의 시기에 감정을 소모하고 갈등에 휘말리면서 인생을 낭비하기까지 합니다.
현재의 감정에만 충실하는 것도 그 나름의 낭만이 있을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한 인간이 미래에 대해 생각하려면, 때로는 냉철한 고민이 필요한 것입니다.
물론 아예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본인의 인생이 얼마나 낭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생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기보다는, 남들도 다 자기같이 살았을 거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어쨌든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각자의 인생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젊은이가 젊음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음은 한 번 낭비하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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