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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죄 없는 자만 돌 던져라 - (4)

이번 글에서는 제가 어렸을 적 읽었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보겠습니다.

 

예수님이 살아계실 때의 먼 옛날 일입니다.

예수님은 백성들에게 매일같이 좋은 설교말씀을 하셨고, 이를 듣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 여자를 붙들고 예수님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여자는 간통을 저지른 사람이었습니다.(A woman committed adultery)

한편, 율법에서는 이런 여자는 돌로 쳐서 죽이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여자를 어떻게 처분할지를 예수님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흩어져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그 여자와 예수님만 남게 되자, 예수님은 그녀를 용서하고 돌려보냈습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단순합니다. 바로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모순을 계속해서 저지른다는 것입니다.

정직하게 얘기하자면, 저도 이런 모순을 종종 저지릅니다.

저는 무심결에 이런저런 잘못을 저질러놓고, 남이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화를 내거나 지적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자랑스러운 일은 결코 아닙니다. 어쨌든 완벽하게 공정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새삼스럽지만, 성현의 가르침은 몰라서 따르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따르지 않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아마도 개인의 이익이나 명예가 가장 흔한 동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군가가 대의명분을 위해서 모순을 감내하는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한편, 이 이야기에는 중요한 질문이 빠져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모두 죄인이라면, 대체 누가 죄인을 단죄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저는 법과 제도의 틀에서 죄인을 단죄하는 것이 그 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자의에 따라서 죄인을 처분하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진짜 문제는 법과 제도의 틀에서 벗어난 개인의 단죄 행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는 마녀사냥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 역시 비슷하거나 더 심한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마녀사냥에 끼어듭니다.

그리고는, 자기와 전혀 무관한 잘못을 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망신을 주는 것이야말로 정의로운 일이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본인이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본인에게 심판할 자격이 주어진 것도 아닌데 이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순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위안이 될만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저도 이런 모순을 많이 저지르며 살았다는 것입니다.

비단 저뿐만은 아닙니다. 굉장히 높으신 분들도 이런저런 모순을 저지릅니다.

그리고 그 높으신 분들에는 대통령이나 언론인, 학자, 또는 체스 챔피언 같은 인재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이 따릅니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습니다. 실제로 성현의 가르침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가능하다면, 모순을 피해 가면서 살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공정한 잣대를 갖고 누구에게도 남부끄럽지 않게만 살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

게다가 이미 이 세상에는 충분히 많은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고 제가 굳이 껏 한 개의 모순을 더 보탤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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