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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뛰어서 비 피하기 - (9)

이번 글에서는 제가 오늘 겪은 일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저는 오늘 서울 도심 한복판을 걷다가,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맞았습니다.

처음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는가 싶더니 점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결국 보통 사람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즈음, 저는 1km 정도를 밖에서 더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우산이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우산을 드는 것이 굉장히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저는 우산을 사서 들고 다니는 수고를 하는 대신 비를 맞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뛰거나 숨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비를 맞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뛰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같이 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뛰어가다가, 저는 앞서 걸어오는 사람과 눈이 잠깐 마주쳤습니다.

그 사람은 우산도 없이, 옷에 비가 스며드는 것도 아랑곳 않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내가 아무리 뛰어도 비를 피할 수는 없구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습니다.

잠시 건물이나 우산 밑에 들어간다면 비로부터 잠시 숨을 수는 있습니다.

저는 갈길이 멀고, 제가 비를 맞기 싫어서 열심히 뛰어갔지만 결국 비를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비는 어디에나 내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점점 더 많은 비를 맞으면서도, 이 사실을 깨닫고는 뛰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렇게 비를 맞으면서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비가 저절로 그쳤습니다.

 

이 사건은 제게 중요한 교훈 한 가지를 상기해주었습니다.

삶에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고난을 마주할 때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물론 사람이라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하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외면한 시련은 언젠가 다시 찾아옵니다.

그래서 사람이 고난이나 어려움으로부터 도망가고, 숨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삶에는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이겨낼 수 없는 시련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시련을 제게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도 극복하지 못한 무언가라면, 그건 제 삶의 일부라고 인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제 갈길을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새 그 시련은 끝나 있습니다.

저는 항상 새로이 도전하는 삶을 사려고 노력해왔습니다.

때로는, 저의 중요한 도전과 상관없는 시련들을 전부 극복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게 슬픔이나 분노가 남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의 저는, '극복할 수 없는 무언가'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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