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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에스키모의 도움 - (10)

이번 글에서는 짧은 이야기 한 가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보겠습니다.

 

목사님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한 술집에 들어갔습니다.

이 목사님을 본 술집에 앉아있던 어떤 남자가 얘기했습니다.

"나는 신이 없는 것을 알고 있으니 시간 낭비하지 마시오."

이에 목사님이 어떻게 그걸 아냐고 물었습니다.

남자가 대답하기를, 자신은 북극을 탐험하던 탐험가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탐험 도중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이 남자는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신에게 살려달라고 간절히 빌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목사님은 신이 당신을 살려주었으니까 지금 여기에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에 남자는, 신은 나타나지 않고 웬 에스키모가 와서 자신을 구해주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신의 존재를 믿지만,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신께서 어려움에 처한 인간을 항상 보살피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좋은 사람에게도 나쁜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큰 어려움에 처한 인간이 신을 간절히 찾는다고 해서 항상 응답을 듣는 것은 아닙니다.

신은 우리가 어떤 어려움도 겪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배려하기만 하시는 존재는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삶에서는, 에스키모 같은 누군가가 우리를 구해주러 찾아오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제 인생의 어려움을 온전히 혼자서만 극복해온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때로는 책이나 이야기에서 지혜와 용기를 얻기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우울감과 좌절감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때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절망이 이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일도 없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정말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과 번민이 저를 사로잡고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는 한 에스키모를 만나 소중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The power of now),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라고 하는 책을 추천받았습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88987203959)

당시에는 이 책의 글귀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정돈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책을 읽은 것은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다음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저의 "슬퍼하는 자아"가 제 자신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슬픔이나 분노는 어떤 타성을 가지고 있어서, 한 번 사로잡히면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아주 작은 슬픔으로부터 시작한 절망이 제 자신을 좀먹어가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슬픔을 다스리는 작은 비결을 하나 얻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은 이 비결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쳐보겠습니다.

 

Step a. 우선 슬퍼하고 걱정하는 제 자아가 있는, 마음속의 방을 찾습니다.

Step b. 이 마음속의 방에 조용히 들어갑니다.

Step c. 이 방에서, 슬퍼하고 걱정하는 제 자신을 바라보고 관찰합니다.

Step d. 이 사람의 슬픔과 걱정, 절망과 분노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차분히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걱정을 안고 살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렸을 때 했던 지난 걱정들을 돌이켜보면, 별 것 아닌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그 걱정을 하던 당시에는 우리가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각자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본인의 "슬퍼하고 걱정하는 자아"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평소와는 다른 관점에서 본인의 슬픔이나 걱정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이 얼마나 하찮고 보잘것없는지 깨닫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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