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세계 체스연맹 월드 챔피언십이 있었습니다.
현 챔피언 매그너스 칼슨에게 러시아의 이안 녜폼니아치 선수가 도전했는데
챔피언이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타이틀을 지켜냈습니다.
아마 매그너스 칼슨 본인은 짐작도 못하겠지만, 저는 그의 게임이나 인터뷰들을 거의 대부분 찾아봅니다.
비록 그의 게임이 전부 이해가지는 않지만, 압도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가
완벽한 게임을 하는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저는 매그너스 칼슨을 실제로 만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와 게임을 보면서 그의 사람 됨됨이가 어떨지 상상해보았습니다.
제가 받은 인상은 칼슨이 정말 순수한 열정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칼슨은 기량과 별개로 자기 일에 순수한 마음으로 온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고
자신이 하는 일에 최대한의 애정을 쏟는 사람으로 비쳤습니다.
사실 저도 체스를 열심히 두는 편이지만, 그리 잘 두지는 못합니다.
제가 체스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점은 매번 무언가를 새로이 떠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새로이 생각해내려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처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결국 많은 생각 끝에 그저 그런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뭔가를 임기응변으로 생각해내는 것은 제게도 어렵습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체스가 예술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가들도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생각이나 느낌을 혼자서 발전시켜 나갑니다.
저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혼자서 무언가를 새로 생각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보고 예술가처럼 무언가를 만들어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해질 겁니다.
왜 이렇게 창작이라는 행위가 어려운 것인가?
이에 대한 제 가설은 이렇습니다.
일단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은 대부분 텅 빈 공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속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지만
그것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한동안 의식적으로 이들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이 과정이 굉장히 고되고 허무감을 줍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가끔 좋은 생각들을 놓쳐버립니다.
머릿속이 텅 비었다가 가득 찼다가 하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이라면, 중요한 아이디어를 놓치는 것은 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예술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예술가들은 마음속의 캄캄한 동굴을 정처 없이 헤매면서
어딘가에 있을 마음속의 불꽃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누구나 살면서 정처없이 헤매는 때를 만납니다.
하지만 평생을 목적지도 없이 헤매면서
그럴듯한 것을 찾아내야만 하는 삶이라면
결코 쉽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화를 잘하는 비법 - (6) (0) | 2022.06.01 |
---|---|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 - (5) (0) | 2022.05.18 |
죄 없는 자만 돌 던져라 - (4) (0) | 2022.02.04 |
좋은 클래식 피아노 음악 - (3) (0) | 2022.01.31 |
5억 년 버튼 이야기 - (2) (0) | 2021.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