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며칠간을 제주도 여행을 하며 보냈습니다.
사실 저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제주도에서 군 복무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근 6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제주는 많이 바뀌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제주도는 여전히 제가 기억하던 멋과 운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을 통해,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생각한 세상의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1. 타고난 천성
제가 20대를 보내며 느꼈던 가장 큰 환멸은, 세상에는 절대 바뀌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후천적인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능력을 어느 정도 계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성격에는 절대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은 시련을 이겨내면서 성향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타고난 천성이나 재능은 어떤 일을 겪어도 바뀌지 않습니다.
노력으로 절대 뛰어넘지 못하는 재능의 벽이 있는 것처럼
세상에는 어떤 처방으로도 고칠 수 없는 성정도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천성은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바뀌지 않습니다.
2. 훌륭한 예술작품
저는 예술이 모종의 불변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예술은 시대를 초월해서 다음 세대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한편, 예술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기도 합니다.
좋은 예술작품들은 한순간에 찾아와서, 영원토록 마음속에 머무르면서 삶의 이정표가 되어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예술은 세상의 다른 것들과 분리되어야 합니다.
최근 저는 러시아의 군사작전 때문에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실린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차이코프스키가 21세기 정치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런 식이라면,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작들도 읽지 말아야 합니다.
예술, 특히 고전작품들은 정치나 선전의 도구가 아닙니다.
예술과 스포츠는 정치로부터 철저히 분리되어도 괜찮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3. 즐거운 추억
사실, 몇 달 전 저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저의 외할머니는 어렸을 때 저를 키워주셨던 분이었고, 저를 각별히 아끼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소식이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할머니는 몇 달 전까지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건강하시던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국 할머니가 30년 넘게 사시던 집을 혼자 찾아가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외할머니가 사시던 집에 제가 모르는 분이 사시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사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사시던 집은,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집을 보면서, 할머니와 함께한 제 어린 시절을 다시 한번 추억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은 저는 삶에 묘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에서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이 순간들은 벌써 먼발치의 과거가 되어있습니다.
삶의 많은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2022년에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영국 여왕이 서거하고, 일본 총리는 암살당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발발했고, 코로나가 종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권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나 과학기술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무언가도 있습니다.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변하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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