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계묘년 설날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설날을 서울에서 보내면서 재미있는 친구들을 여럿 사귀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사귄 친구들은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 가지 언어에 능통하다는 점입니다.
저는 설날 저녁에 영어, 스페인어, 우크라이나어의 3개 국어를 구사한다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한 가지 언어조차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러 언어에 능통하다는 건 실로 경이로운 일입니다.
저 역시 외국어 공부를 좋아합니다.
저는 대학생 때, 많은 시간을 외국어 공부에 할애했습니다.
물론 지성을 뽐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저는 외국어 공부 자체를 즐겁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실로 외국어 공부는 다른 과목 공부와는 전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과목에서는, 공부를 하면서 무지의 장막이 천천히 걷혀나갑니다.
가령 수학이나 경제학을 배우는 과정은 어떤 사람이 큰 건물에 들어서는 것으로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모든 층의 전등이 꺼져있습니다.
이 사람은 벽을 더듬거리면서 한 방의 전등 스위치를 찾아냅니다.
그렇게 한 방의 전등을 밝히고 나면, 그 다음 방의 전등 스위치를 찾아 방황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한 층의 모든 전등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윗 층으로 통하는 통로를 발견하고 올라가면, 다시금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러나 외국어 공부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 역시도 모든 층의 전등이 꺼진 건물에 들어선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외국어 공부를 하는 사람은, 정말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아주 오랫동안 헤매게 됩니다.
그렇게 그 사람은 오랜 방황과 시행착오 끝에 한 개의 스위치를 찾아 작동시키면
놀랍게도 모든 방의 불이 한꺼번에 켜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외국어 공부는 아주 오랜 방황 끝에, 많은 깨달음을 한꺼번에 얻는 과정입니다.
사실 제 인생도 외국어 공부와 같았습니다.
저는 이십 대 초반을 그야말로 캄캄한 어둠 속을 걷는 기분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오랜 방황길이 결코 헛된 세월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많은 중요한 깨달음을 이십 대 후반에 한꺼번에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방황이 바람직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른 나이에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빨리 깨닫는 편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복잡하고 어두운 방들을 오랫동안 헤매고 있다 해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스위치를 찾는 순간, 모든 방의 불이 한꺼번에 켜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인생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어딘가 주저앉아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것입니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슬프고 분하더라도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 제 살길을 찾아야 합니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옳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입니다.
때로는 본인이 옳은 목표를 세웠는지 점검해 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목표가 잘못된 것을 너무 늦게 깨달으면, 많은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올 한 해를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깨닫는 시간으로 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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